궁합은 부부의 힘이다.
그러나 이제는 역술업도 만물박사식의 방식을 벗어나 보다 특정분야에 관한 집중적이고 면밀한 상담을 제공하는 전문가로 영업적 전략을 바꿔야 하는 시대가 온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이러한 분야별 전문화로의 전환은 역술을 양지로 끌어 올리는 계기의 조성은 물론이고 역술가를 하나의 직업인으로 인정받게 하는 단초가 될 것입니다.
자료에 의하면 국내의 점술업에 종사하는 사람의 수가 30만 명에 이른다고 합니다. 한해의 매출규모도 수조원에 달한다고 합니다. 이 같은 성황은 역술형식의 카운슬러화로 인한 용이한 접근성에 기인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수요에 걸맞는 학문적 연구와 병용하여 우수한 카운슬러화를 더욱 발전시켜 나갈 때 이 분야에 대한 전도는 밝다고 생각합니다.
다행인지 애석함인지는 모르지만 주변의 지인들 중에는 점매니아가 없습니다.
대다수가 점이니 역술이니 하는 말만 나와도 손사래를 치는 사람들뿐이었습니다. 그런데 세상에 자식을 이기는 부모는 없다더니 요즘 들어 부쩍 ‘궁합’ 에 관한 문의를 청해 옵니다.
“어이! 궁합 그거 봐야 되는 거야. 안 봐도 되는 거야? ” 이렇게 건성조로 물어 오지만 그들 나름대로는 큰맘을 먹은 것이지요. 자식을 위해서라면 못할 것이 없다는 한국식의 父情이 드디어 그들과 역술의 조우를 처음으로 이루어 냅니다.
그래서 오늘은 궁합에 관한 소견을 말하려고 합니다. 너무 흔하고 잦은 화제라서 어떻게 보면 진부하고 식상한 이야기일 수도 있습니다만, 이 화제만큼 사람들의 끊임없는 호기심과 궁금증을 자극하는 단골메뉴도 없을 것입니다.
‘宮合’을 이야기할 때마다 잘 쓰는 말이 있습니다. “ 말이 잘 섞여야 몸도 잘 섞이는 법이다.” 이는 서로 정신적 소통이 원활하게 이루어져야 만이 육체적 교감도 잘된다는 말입니다. 아주 당연한 말이지만 이것은 곧 궁합의 정의이자 궁합을 보는 목적이기도 합니다.
소위 속궁합이니 겉궁합이니 하는 말이 바로 이를 뜻하는 것입니다. 속궁합과 겉궁합에 대한 정의는 여러 해석이 있지만 겉궁합이란 정신적측면. 즉 가치관이나 사회적 이상을 말하는 것이고, 속궁합은 성적영역을 포함한 사적인 취향 따위를 말하는 것입니다. 이런 맥락에서 궁합을 이해해 보면 궁합은 사람에 대한 모든 정보이자 삶 자체입니다.
결혼을 인식함에 있어 아주 중요한 개념을 빠뜨리고 있는 것이 있습니다. 결혼으로 맺어진 인연은 혈연적인 무조건적 인연이 아니라 철저하게 정신적 사회적 가치로 계산된 조건적 인연이라는 사실입니다. 잊어서는 안 되는 개념입니다.
혈연적 조건이야 죽지 않는 한 바뀔 수 없는 조건이지만 부부는 조건이 충족되지 않으면 언제라도 해체될 수 있는 결합이라는 구조적 차이가 있음을 간과하지 말아야 합니다. 즉 부부는 무조건적인 피의 결합이 아니라 냉정한 조건적 관계라는 것입니다. 따라서 쌍방을 충족시켜주는 조건을 갖추고 있어야 합니다.
사람은 철저하게 정신적 육체적으로 조건화된 기계적 존재입니다. 입력된 조건에 부합되지 않으면 작동하지 않는 기계처럼 인간도 자신이 원하는 조건에 따라서 움직이는 존재입니다. 이를 무시하지 말아야 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 조건적 메카니즘에 장애가 발생하는 때가 있습니다. 사랑에 빠지는 때가 바로 그 시기입니다. 이 장애를 틈타서 남녀의 무조건적인 결합이 이루어집니다. 동물에게는 번식기라는 조건충족을 장치가 있지만 인간에게는 오히려 사랑이라는 조건무력화의 심리적 장치가 있는 셈입니다. 이러한 특성은 가장 인간적인 장점이지만 동시에 약점이자 함정일 수도 있습니다.
만약 이 같은 장치가 없다면 머리 좋은 인간은 아마도 좋은 조건을 따지다가 평생을 홀로 지내고 말 것입니다. 주변에서도 많이 볼 수 있지요. 눈 높은 노처녀총각이나 잘나고 똑똑한 독신주의자들 말이에요. 이를 방지하기 위하여 자연은 사랑이라는 꼼수를 우리에게 쓰는 것입니다. 그러고 보면 인간에게는 사랑이 일종의 번식기가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습니다.
그러나 사랑도 유효기간이 있다는 말처럼 이 장치도 시간이 지나면 생존을 위하여 복구되어 다시 조건을 추구하게 됩니다. 이게 바로 인간의 생존을 위한 본능적 이기성입니다. 로맨티스트나 사랑에 빠진 분들로부터 욕먹을 소리 같지만 이것이 인생의 실체요, 삶의 전형입니다.
동창회에 가면 이런 말이 많지요. ‘순진한 처녀보다 날라리들이 시집은 더 잘 간다고... 이 경우는 배우자를 사랑보다는 철저하게 조건화해서 선택한 덕택이라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잘산다는 기준의 차이는 있지만 ...
궁합이란 한마디로 말하면 쌍방의 조건을 맞추는 것입니다. ‘宮’이란 조건을 말하는 것이고 ‘合’이란 그 조건이 충족되는 가를 말합니다. 궁이란 생년 생월 생일 생시를 말하는 것으로서 이것이 궁의 구조이자 궁을 이루는 요소 즉 삶의 조건입니다.
역술적 관점에서 보면 궁합을 맞춘다는 것은 쉬운 예로 집 두 채를 털어서 한 채로 만들려는 행위로 보는 것입니다. 따라서 집의 구조나 재료가 같아야지 전혀 다른 구조나 재료로 집을 지으면 외관은 물론이고, 건물의 견고성이 떨어져 작은 충격에도 무너진다는 것입니다.
또 다른 예를 들어 볼까요. 다이아몬드라는 보석은 백금에 보정해야 멋도 나고 빠지지 않는 것인데 그것을 금에다 박으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아시겠지요. 그럴듯한 예를 든다고 들었는데 쉽게 이해가 되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앞서 궁합의 구조나 요소는 태어난 시각이라고 했습니다. 이해가 쉽지 않을 수도 있지만 모든 만유는 시간이 만들어 낸 존재입니다. 고로 삶은 시간입니다. 시간을 알면 사람을 아는 것입니다. 시간에게는 각 시간당 속성이 있습니다. 이것이 10간 12지라는 것입니다. 그 시간의 속성이 원료가 되어 만유가 탄생하고 소멸합니다.
이를 기준으로 해서 겉궁이 무엇이고, 속궁이 무엇인가를 나누면 됩니다. 태어난 년도가 겉궁이고, 태어난 생일이 속궁에 해당됩니다. 일반인은 생일의 간지를 잘 모르지만 이것도 컴퓨터 한번 치면 알 수 있습니다.
(검색어; 만세력) 이 생년의 간지가 상대방과 합이 되는가를 보는 것이 겉궁합을 맞추는 것이며, 속궁합도 역시 생일의 간지가 상대방의 생일과 합이 되는가를 보는 것입니다. 아주 간단하네요. 이 두 쪽이 동시에 합이 되면 궁합이 맞는다고 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합이 되는 원리는 무엇일까요? 합에는 세 가지가 있습니다만. 그중에서 三合을 가장 견고한 합으로 삼는데 이 부위가 합이 되면 좋은 궁합으로 보면 됩니다.
삼합이란 인오술, 해묘미, 신자진, 사유축, 입니다. 이 세 가지 지지는 행위는 다르지만 뜻은 같이 한다는 것입니다. 그런 말 있잖아요. ‘같은 띠는 궁합도 안보고 시집 보낸다’ 고 하는 것도 이 원리입니다. 그리고 나이가 위아래로 네 살 차이라면 궁합이 맞는 것입니다. 이것이 아주 간단하게 겉궁합을 보는 법입니다.
동갑이거나 나이차가 네 살인데도 이혼하는 사람도 있고, 나이 차가 이 조건에 맞지 않는데도 잘사는 사람이 더 많더라? 이 말이 나올 줄 알았습니다. 사람에게 궁이 몇 개 있나요? 하나가 아니고 네 개나 있답니다. 이를 다 맞추어야 합니다. 이래서 전문가가 필요한 것입니다.
하여간 궁합은 볼 이유가 있습니다. 사랑이 없는 좋은 궁합도 의미가 없지만 부부로 살면서 뜻이 맞지 않는 것도 불행이지요. 문제는 사랑으로 부부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훌륭한 것이지만 시간적으로 너무 길다는 것입니다. 사랑은 긴 시간 앞에서는 맥을 못 쓴답니다. 그러니 답은 시간이 길어도 죽이 잘 맞는 궁합의 힘을 빌릴 수밖에.... 부부는 同志(동지)다!
장가한번 못 가본 양반이 말이 많다구요......ㅋㅋㅋㅋㅋ
많은 사람들을 상담하고 애환을 듣다보니 부부사랑법 박사가 되었습니다....
당구 3년이면 풍월을 읍는다 했던가요.............하하하하
철학박사 유강산
[출처] 겉궁합과 속궁합이란|작성자 철학박사